세계 각국에서는 지역통화의 등장으로 지역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지역 경제를 살리는 대안 화폐, 전 세계 커뮤니티 화폐를 들여다보며 시사점과 적용점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봅시다.
유럽: 브리스톨 파운드와 바알(WIR)의 선도적 성공
1. 브리스톨 파운드 (Bristol Pound, 영국)
2012년 영국 브리스톨 시에서 시작된 ‘브리스톨 파운드’는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디지털 지역통화로 주목받았습니다. 시민은 공식 모바일 앱을 통해 지역 상점이나 식당에서 브리스톨 파운드를 결제에 사용할 수 있었고, 이는 지역 내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브리스톨 시청조차 일부 급여를 이 화폐로 지급할 정도로 지자체와의 연계가 탄탄했습니다.
운영 주체는 민간 조직이지만,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신뢰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 점이 특징입니다.
2. 바알 (WIR, 스위스)
스위스의 ‘바알(WIR)’은 1934년 대공황 시기에 설립된 중소기업 전용 거래용 지역통화입니다. 약 6만 개의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금 없이 WIR 계좌를 통해 물품과 서비스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화폐 가치는 스위스 프랑에 고정
• 인플레이션 방지 및 자금 부족 문제 완화
• 회원사 간의 신뢰 기반 네트워크
WIR는 단순한 화폐를 넘어 중소기업 생태계를 보호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작동 중입니다.
아시아: 일본의 후지노와 한국의 실험적 시도
1. 후지노(藤野) 지역통화
일본은 다양한 지역에서 커뮤니티 화폐를 실험하고 있는데, 그중 ‘후지노’는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사례입니다. ‘엔(縁)’이라는 이름의 지역통화를 통해 공연, 텃밭 작물, 교육 등의 재능과 자원을 서로 교환합니다.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자원순환 중심 커뮤니티 운영
• 화폐 가치보다 사람 간 신뢰 강조
• 지역 예술·농업 활성화 기여
이러한 모델은 경제적 효과보다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회복에 방점을 둡니다.
2. 한국의 실험들: 성미산두레·은평푸른잎 등
한국에서는 ‘지역통화’라는 이름보다는 공동체 화폐 또는 시간은행 형태로 시도되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서울 성미산 마을에서는 ‘두레’라는 지역통화가 운영된 바 있으며, 은평구의 ‘푸른잎’ 등도 비슷한 모델입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한계가 존재합니다:
• 지속성 부족: 운영 주체의 소진
• 참여율 저조: 소수 커뮤니티 중심
• 정책 연계 미흡
아직은 실험적 수준에 머무르며, 본격적인 제도화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역통화의 비교와 시사점
항목 | 브리스톨 파운드 | WIR | 후지노 | 한국 사례 |
지역 | 영국 | 스위스 | 일본 | 한국 |
주체 | 민간+공공협력 | 협동조합(중소기업) | 자발적 커뮤니티 | 시민사회 중심 |
특징 | 모바일 기반, 공공 연계 | 거래용 계좌 기반 | 재능·작물 교환 중심 | 소규모 실험적 운영 |
지속성 | 10년 이상 | 90년 이상 | 중단/재시도 반복 | 대부분 단기 운영 |
이 사례들을 보면 성공한 지역통화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습니다:
• 명확한 사용처와 참여자
• 지자체 또는 협동조합 등 제도적 기반
• 기술 활용(디지털화) 또는 신뢰 기반 구조
반면 실패하거나 중단된 지역통화는 운영 체계 미비, 홍보 부족, 참여 저조 등의 한계를 보였습니다.
지역통화는 단지 ‘화폐’ 그 자체가 아니라, 지역을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의 매개체입니다. 경제뿐 아니라 공동체 문화, 기술, 행정이 복합적으로 연결될 때 그 지속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전 세계 다양한 실험에서 우리는 지역 순환 경제의 미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