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는 성공한 커뮤니티 화폐의 3가지 사례를 알아보았다. 성공한 사례가 있으면 실패한 사례도 있는법. 이번에는 실패한 커뮤니티 사례를 알아보려고 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사라진 지역통화, 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캐나다 토론토 달러: 공감은 있었지만 실용성이 없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1998년부터 2013년까지 토론토 달러(Toronto Dollar)라는 커뮤니티 화폐가 운영되었습니다. 이 화폐는 홈리스,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적 성격의 화폐로 출발해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 실패 요인
• 사용처 제한: 일부 협력 상점에서만 사용 가능해 실생활에서 유용성이 떨어졌습니다.
• 수요 부족: 실질 구매력을 보장하지 못하자 사용자 관심이 급감했습니다.
• 자원 부족: 화폐 유통과 관리를 위한 지속적인 인력과 예산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15년 만에 사업은 종료되었으며, 의미는 있었지만 실질적 수요를 이끌지 못한 ‘선의의 실패’로 평가됩니다.
독일 키펜하임 화폐: 협력 없는 이상은 오래가지 못한다
독일 남부의 소도시 키펜하임에서는 지역 자립경제를 목표로 ‘키펜하임 지역통화’를 도입했으나, 불과 2년 만에 중단되었습니다.
✔ 실패 요인
• 지역 상인의 참여 부족: 핵심 유통 채널인 상인들이 제도에 신뢰를 갖지 못했고, 실제 참여율도 낮았습니다.
• 환전 문제: 지역통화를 다시 유로로 바꾸는 과정이 복잡하고 불리했습니다.
• 운영 주체 미비: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거버넌스 부재, 책임자 교체 등의 내부 갈등
이 사례는 지역 내 협력과 신뢰 없이 도입된 화폐는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한국 성미산 ‘두레’: 자발적 실험의 한계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에서는 마을 공동체 내부에서 ‘두레’라는 지역통화를 2010년대 초반 도입한 바 있습니다. 육아협동조합, 마을학교, 공유부엌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과 연계해 실험적으로 운영되었으나,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 실패 요인
• 자발적 참여에만 의존: 행정적, 재정적 지원 없이 주민 자율에만 기대 운영되어 지속 가능성이 낮았습니다.
• 참여 편중: 일부 활동가나 관계자 중심으로 운영되어 지역 주민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 어려웠습니다.
• 시스템 미비: 화폐 기록, 사용 추적, 재분배 등 시스템이 체계적이지 않았습니다.
‘두레’는 공동체 기반 실험의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운영 구조가 부족하면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커뮤니티 화폐는 경제적 대안이자 공동체 복원의 도구로 주목받지만, 다음과 같은 실패 요인을 피하지 않으면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실생활과 유리된 사용 구조
• 지역 내 신뢰와 협력 부족
• 행정·기술·운영 시스템의 부재
• 특정 그룹 중심의 폐쇄적 운영
반대로 말하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한다면 커뮤니티 화폐는 지역경제와 사회 연결을 동시에 살릴 수 있는 강력한 툴이 될 수 있습니다. 실패 사례를 단순히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학습 자원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